오소서, 주님
깊은 어둠이 내려앉은 겨울 밤, 차갑게 얼어붙은 갈릴래아 땅처럼 실패와 고통의 험난한 세월을 지나가는 우리 인생 위에 빛으로 오소서. 어서 오소서, 주님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이 참을 이길 수 없듯이 그리스도와 함께 새롭게 창조된 인생의 새벽을 맞이하게 하소서. 여기 오소서, 주님 진탕 먹고 마시며 비틀거리는 이곳, 향락과 방종으로 추한 이곳에 오시어, 우리를 빛으로 단정하게 하소서. 희망의 빛으로 오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미국 최대의 명절이라고 할 수 있는 추수감사절이 다가옵니다. 모쪼록 한 해동안 자녀와 물질과 영혼의 풍성함으로 결실을 맺게 하신 은혜에 감사하시며, 행복한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크리스마스를 포함하여 다른 모든 절기는 교회력이지만, 추수감사는 신자와 비신자가 모두 함께 기뻐하는 절기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추수감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필그림의 신앙유산을 이어받은 그리스도 연합교회의 멤버로써 과연 우리는 어떤 점을 계승해야 할까요? 우선 맨 처음을 봐야겠습니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수 있었던 정신을 기억합시다. 1621년의 추수감사는 풍성함에 대한 감사가 아닌 앞으로 풍성하게 해주실 것을 믿고 드린 믿음의 감사입니다. 생존에 대한 감사입니다. 둘째로는 도움의 손길이 어디에서 왔는지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겠습니다. 도움이 손길이 되어준 이웃들에게 감사하며, 그 손길들을 움직이신, 감사의 원천되시는 하느님께 감사합시다. 사랑하는 성도여러분, 풍성하게 올 한해 우리 삶을 은혜로 채워주시고, 곳간을 채워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하는 것은 마땅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을지라도,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감사합시다. 더불어 감사의 원천을 향해 마음을 드높입시다. 한 주간 이렇게 감사 기도를 드려봅니다. -주님, 이 시간 주님 앞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아갑니다. 지금까지 안아주시고 영혼을 씻어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아버지께서 제 모습 이대로를 받아주신 것처럼 저도 이웃과 만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입술의 고백을 넘어 가슴에서 일어나는 감사로 영광 받으소서. 불평과 원망과 초초가 말끔히 가신 빈 공간에서 울리는 참 감사로 영광 받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뉴저지에서 함께 성경공부하던 목사님들이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학창시절에는 은퇴하셔서 만날 수 없었던 문동환 교수님이 뉴저지에 살고 계셔서 매주 월요일 저녁에 함께 모여 창세기부터 바울서신까지 요한 계시록만 빼고 3년 반 동안 공부했습니다.
그리고는 꽤 시간이 지났습니다. 문득 예수님께서 지금 우리 삶의 자리에 오신다면, 세상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빈틈을 찾아내시지 않겠나 생각했습니다. 함께 공부하던 목사님들도 공감해 주셨습니다. 정부도 못도와주고, 교회도 못도와주고, 이웃들도 못도와주는 일이 바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비 지원사역이었습니다. 저와 우리 교회가 긴밀하게 협력하는 신나는 협동조합에서 겨울 햇김철을 맞이해서 오늘부터 공동구매를 시작합니다. 처음 공동구매를 시작할 때쯤에는, 우리 교회가 제법 큰손이었습니다. 몇 몇 작은교회 목사들끼리 모여서 힘을 합쳐봤는데, 우리만큼 힘을 모아주신 교회가 없었습니다. 어느덧 4년째 하고 있는데, 이제 우리가 큰 손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게 감사한 일입니다. 일부 주력 교회들이 이끌고 가는게 아니라, 작은 개인과 가정들이 힘을 합쳐서 올 한해 2만 6천불이 넘게 싱글맘들에게 렌트비 체크를 보냈습니다. 처음에 수익금 5천불로 감격했 때가 엇그제 같은데, 이 팬데믹 어려운 시기 중에도 우리 교우님들을 비롯해서 수십 개 교회의 공동구매와 수십 명의 개인 후원자를 보내주셔서 사명을 감당할 수 있었다는 점이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 역할이 제법 줄어들어서 감사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손길이 많아져서 감사합니다. 열 사람이 힘에 부치게 하는 것보다 수백 명이 가볍게 하는게 기쁨이자 행복입니다. 그래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참여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생산자는 공정해서, 소비자는 가장 좋은 물건을 싸게 받아서, 싱글맘은 생활에 도움이 되어서 좋은 일입니다. 일반 후원도 환영합니다! 헬렌켈러의 ‘3일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이라는 에세이가 있습니다. 1933년에 발표된 20세기 최고의 수필로 꼽히며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 3일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날에는 친절과 겸손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있게 만들어 준 사람들을 보고 싶다. 몇 시간이고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마음 속 깊이 간직하겠다. 오후가 되면 오랫동안 숲 속을 산책하면서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과 들꽃, 그리고 석양에 물든 노을을 보고 싶다. 둘째 날에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밤이 낮으로 바뀌는 가슴 떨리는 기적을 보고 싶다. 그리고는 박물관으로 가서 손끝으로만 만지던 조각품들을 보면서 인간이 진화해 온 궤적을 눈으로 볼 것이다. 저녁에는 영화나 연극을 볼 것이다. 그리고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볼 것이다. 셋째 날에는 아침 일찍 큰 길에 나가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도시 여기저기에서 그들이 활기차게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저녁이 되면 네온싸인 반짝이는 쇼윈도의 물건들을 볼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사흘 동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릴 것이다. 그리고 암흑의 세계로 돌아갈 것이다. 오늘부터 감사로 보내는 3주를 시작합니다. 14일간 감사의 기록을 남겨보시기 바랍니다. 교회에서 노트를 준비하였습니다. 습관처럼 기도하고 말씀 보고 감사의 마음을 글로 말로 표현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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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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