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오늘자 온라인 예배에서 채택한 공동기도입니다. 이해인 수녀의 가을의 기도와 자웅을 이루는 우리말로 된 아름다운 싯구지요. 가을은 풍성합니다. 열매맺는 계절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생기가 저무는 시기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죽음을 향해 가는 시간입니다. 어느새 우리는 양과 음의 조화로움보다는 활기차고 밝은 쪽을 선한 것으로 여기는 흑백논리와 역사가 선으로 이루어졌다는 선형적 종말론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만유의 주재이신 하나님은 직접 창조하신 모든 색을 아름답게 보시고, 낮의 찬란함과 어둠의 고요함이 가진 아름다움을 함께 나눌 벗을 찾고 계시진 않을까요? 만물의 부활과 순환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작동 방식을 슬며시 비치시는 가을입니다. 이 가을엔 기도와 사랑, 그리고 홀로 있음으로 가득 채워지는 ‘내면의 부활’을 맛보시길 빕니다. 우리교회를 비롯하여 작은 교회들이 협력하고 있는 "신나는 협동조합"을 기독교방송국 단비TV에서 인터뷰했습니다. 지난 3개월간 조직을 정비하기 위해 단기 대표로 섬겼던 제가 전화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정부기관이나 비영리 단체, 혹은 규모가 있는 교회에서도 관심가질 수 없었던 부조의 사각지대에서 마음을 털어 놓아주셨던 우리 자매,형제들이 재료를 만들어주셨고, 가난한 목회자들이 뜻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평범한 이웃들, 가나안 성도들, 이웃교회 교우들이 마음을 열어주셨습니다. 여럿이 힘을 합쳐 작은 끈을 만들었습니다. 신나는 협동조합은 소비자도 신나고 생산자도 신나고 수혜자도 신나는 구조를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원주민 선교사에게 선교비를 지원하기도 했고, 작년엔 서류미비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습니다. 올해는 장학금과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비 지원, 이렇게 두 가지를 계획중인데, 조금만 더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여름 우연히 이민자보호교회와 협력하게 돼서 싱글맘 렌트비 프로젝트가 10배로 커졌는데, 이번에도 협력을 얻어서 시카고와 인디애나, 텍사스와 캐나다까지 지경이 넓어졌습니다. 매 가을마다 진행되는 공동구매도 코로나 여파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실제로 크게 참여하던 교회 중 몇 군데는 아직 대면예배를 드리지 못하거나, 없어지거나, 홍보할 여건이 안돼서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민자보호교회의 도움과 개인 구매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전년 대비 두 배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교회도 해가 갈수록 두 배씩 구매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하는 모습, 하나님 보시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한인교계에서는 선교의 새로운 모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협력해 주신 우리 교우님들께 먼저 감사 드립니다. 우리를 새로운 방식으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지난 주일 미국교회와 세계성찬주일 예배를 함께 드렸습니다. 제가 부임한 이후 우리는 해마다 연합예배를 드려왔습니다. 40년간 한 건물에서 10시와 12시에 각기 드리던 예배를 합하여, 1년에 한 번 구원의 축제를 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올 해는 매년 풍성하던 친교도 없고, 교우들의 교류도 없었습니다. 서로 얼싸안고 평화의 인사를 나누던 풍경은 아득한 옛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연합될 수 있었고, 현장 예배에서는 양쪽 목회자 성찬 교류를 통해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예배를 준비하면서 조금은 낯선 제안을 받았습니다. 성찬 집례나 특송 가사도 1대 1로 영어-한국어를 번갈아가며 찬양하자는 얘기입니다. 양쪽 교회 회중 숫자를 감안하면 이런 기계적인 나눔이 공평한지 의문이 듭니다. 더군다나 한인 교우들은 조금이라도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지만, 미국인 교우들은 스페인어나 불어면 모를까 한국어는 작년에 배운 '평화'와 '안녕' 밖에 모릅니다. 모쪼록 그런 배려가 얼마나 배어 있는 분들인지, 늘 고맙기만 합니다. 현장 예배에서는 목회자들이 방문하여 성찬 교류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어려운 시국이라 이정도도 감지덕지입니다. 80세 이상의 연로하신 분들과 자녀들을 둔 집에서는 온라인 예배를 드리기에 썰렁하기만 한 예배당에서, 듬성듬성 앉아 계신 미국교회 교우들이 이 정도 변화로도 반색하며 환영합니다. 우리 교우님들의 환대는 무척 빛났습니다. 워낙에 Scott 목사님을 좋아하는 마음이 티가 났는지, 주중에 모인 목회자 모임에서 우리 교우님들 자랑을 합니다. 현장은 이미 과거에 누렸던 영화를 역사의 뒤안길로 배웅한 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지금 할 수 있는 선에서 안전하고 창의적인 새로운 사역이 하나님께서 눈을 지긋이 뜨고 기대하시는 새로운 방향일 것입니다. 납작 엎드리고, 익숙치 않은 길을 조심스레 한 걸음씩 걷는 우리 모두에게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1계명: 고통과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고 또 해방의 길로 이끄는 하나님만이 참 하나님이다. 2계명: 하나님을 어떤 규정성 속에 매어두려 하지 말아라. 우리 삶의 무제약적인 지평이며 자유이신 하나님의 은총 안에서 살라. 3계명: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되 허황된 말을 버리고 퍼내고 남은 진실의 언어로 부르라. 존재 전체를 투입해 두렵고 떨림으로, 그리고 그리움으로 부르라. 4계명: 서두르지 말고 자주 멈추어 서라. 근본으로 돌이켜라. 생명의 감수성을 회복하라. 5계명; 세상의 모든 약자들을 네 부모인 듯 대하고 살아라. 그리고 네 부모가 하나님의 사랑의 통로가 되어 너를 있게 했듯이, 부모 공경이야말로 하나님의 사랑에 보답하는 진실한 길이다. 6계명: 생명의 본디 모습은 서로 북돋워주고, 어루만지고 격려하는 것이다. 온 힘을 다하여 생명을 보살펴라. 네 이웃을 살리는 것이 곧 너 자신이 사는 길이다. 7계명: 네 앞에 마주 선 사람을 존귀한 하나님의 형상으로 대하라. 그는 어떤 경우에도 네 욕망 충족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8계명: 누구를 대하든 그를 하나님의 형상으로 대하라. 네 앞에 마주 서 있는 사람은 하나님의 메시지를 가지고 우리 앞에 있는 것이다. 지배하지 말고, 사랑으로 얼싸안으라. 9계명: 남을 해치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말아라. 진실의 키와 성의의 체로 거짓과 편견과 이기와 탐욕을 거르면서 살라. 10계명: 보지 말아야 할 것, 듣지 말아야 할 것에 마음을 빼앗기는 순간 영혼은 침묵한다. 그리고 남을 위한 여백이 사라진다.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에겐 이웃이 없다. (김기석 목사의 목회개발연구원 정례모임 발표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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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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