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새로운 방식으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지난 주일 미국교회와 세계성찬주일 예배를 함께 드렸습니다. 제가 부임한 이후 우리는 해마다 연합예배를 드려왔습니다. 40년간 한 건물에서 10시와 12시에 각기 드리던 예배를 합하여, 1년에 한 번 구원의 축제를 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올 해는 매년 풍성하던 친교도 없고, 교우들의 교류도 없었습니다. 서로 얼싸안고 평화의 인사를 나누던 풍경은 아득한 옛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연합될 수 있었고, 현장 예배에서는 양쪽 목회자 성찬 교류를 통해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예배를 준비하면서 조금은 낯선 제안을 받았습니다. 성찬 집례나 특송 가사도 1대 1로 영어-한국어를 번갈아가며 찬양하자는 얘기입니다. 양쪽 교회 회중 숫자를 감안하면 이런 기계적인 나눔이 공평한지 의문이 듭니다. 더군다나 한인 교우들은 조금이라도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지만, 미국인 교우들은 스페인어나 불어면 모를까 한국어는 작년에 배운 '평화'와 '안녕' 밖에 모릅니다. 모쪼록 그런 배려가 얼마나 배어 있는 분들인지, 늘 고맙기만 합니다. 현장 예배에서는 목회자들이 방문하여 성찬 교류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어려운 시국이라 이정도도 감지덕지입니다. 80세 이상의 연로하신 분들과 자녀들을 둔 집에서는 온라인 예배를 드리기에 썰렁하기만 한 예배당에서, 듬성듬성 앉아 계신 미국교회 교우들이 이 정도 변화로도 반색하며 환영합니다. 우리 교우님들의 환대는 무척 빛났습니다. 워낙에 Scott 목사님을 좋아하는 마음이 티가 났는지, 주중에 모인 목회자 모임에서 우리 교우님들 자랑을 합니다. 현장은 이미 과거에 누렸던 영화를 역사의 뒤안길로 배웅한 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지금 할 수 있는 선에서 안전하고 창의적인 새로운 사역이 하나님께서 눈을 지긋이 뜨고 기대하시는 새로운 방향일 것입니다. 납작 엎드리고, 익숙치 않은 길을 조심스레 한 걸음씩 걷는 우리 모두에게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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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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