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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Pastoral Column

세계성찬주일 스케치

10/11/2020

 
우리를 새로운 방식으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지난 주일 미국교회와 세계성찬주일 예배를 함께 드렸습니다. 제가 부임한 이후  우리는 해마다 연합예배를 드려왔습니다. 40년간 한 건물에서 10시와 12시에 각기 드리던 예배를 합하여, 1년에 한 번 구원의 축제를 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올 해는 매년 풍성하던 친교도 없고, 교우들의 교류도 없었습니다. 서로 얼싸안고 평화의 인사를 나누던 풍경은 아득한 옛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연합될 수 있었고, 현장 예배에서는 양쪽 목회자 성찬 교류를 통해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예배를 준비하면서 조금은 낯선 제안을 받았습니다. 성찬 집례나 특송 가사도 1대 1로 영어-한국어를 번갈아가며 찬양하자는 얘기입니다. 양쪽 교회 회중 숫자를 감안하면 이런 기계적인 나눔이 공평한지 의문이 듭니다. 더군다나 한인 교우들은 조금이라도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지만, 미국인 교우들은 스페인어나 불어면 모를까 한국어는 작년에 배운 '평화'와 '안녕' 밖에 모릅니다. 모쪼록 그런 배려가 얼마나 배어 있는 분들인지, 늘 고맙기만 합니다.

현장 예배에서는 목회자들이 방문하여 성찬 교류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어려운 시국이라 이정도도 감지덕지입니다. 80세 이상의 연로하신 분들과 자녀들을 둔 집에서는 온라인 예배를 드리기에 썰렁하기만 한 예배당에서, 듬성듬성 앉아 계신 미국교회 교우들이 이 정도 변화로도 반색하며 환영합니다. 우리 교우님들의 환대는 무척 빛났습니다. 워낙에 Scott 목사님을 좋아하는 마음이 티가 났는지, 주중에 모인 목회자 모임에서 우리 교우님들 자랑을 합니다.
​
현장은 이미 과거에 누렸던 영화를 역사의 뒤안길로 배웅한 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지금 할 수 있는 선에서 안전하고 창의적인 새로운 사역이 하나님께서 눈을 지긋이 뜨고 기대하시는 새로운 방향일 것입니다. 납작 엎드리고, 익숙치 않은 길을 조심스레 한 걸음씩 걷는 우리 모두에게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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