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과 즐거움, 이 두가지 상황 사이에서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번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살아갑니다.
둘 중에 그나마 하나님을 더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의외로 고난입니다. 물론 짧은 고난이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요. 삶의 경험과 지혜도 되고, 홀가분하게 즐거움을 향해 달려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긴 병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긴 고난은 달가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아카데미 작품상의 기쁨을 안겨줬던 영화 기생충을 기억하실 겁니다. 부잣집에 기생하게 되는 가난한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아들이 부잣집에 일자리를 얻으면서 온 가족을 끌어들인다는 동화(?)같은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누군가 가난한 사람 입장에서 비평을 해봤습니다. 말이 안된다는 거에요. 아르바이트 하나를 어떻게 얻었다면, 절대 가족을 끌어들일 수 없다는 거지요. 가난한 사람에게 가족처럼 웬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가난은 헤어나올 수가 없기에, 고난 가운데 가장 긴 고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신앙적으로 반가워할 그런 짧은 고난의 범주는 아닙니다. 너무 긴 고난은 하나님의 존재를 의심하게 합니다. 영적 훈련의 길을 포기하게 합니다. 그렇다고 편안하고 풍요로울 때, 절로 찾아오는 즐거움은 하나님의 필요를 의심하게 합니다. 우리 마음은 참으로 연약합니다. 틈만 나면 튕겨져 나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러할 때 지난 5주간 함께 했던 야고보의 투박한 메시지를 기억하십시오. 고난 받으면 기도하라! 즐거울 때 찬송하라! 야고보는 예수 시대의 사람이고, 바울은 후대의 사람이기에 긴박함이 다릅니다. 바울처럼 가방끈이 긴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투박하고 진솔하게 변화를 일으키는 법은 압니다. 마치 예수와 더 닮았습니다.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우리에게
변함없는 자비를 베푸시는 해방과 자유의 하나님, 당신은 우리의 기대보다 더 높게, 그리고 우리의 생각보다 더 깊게, 우리를 상상 너머의 세계로 이끄시는 분이십니다. 무슨 언어로도 다 말할 수 없고 무슨 행위로도 다 갚을 수 없는 무한한 은혜에 영혼으로 찬양하나이다. 부활 소망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여, 우리로 하늘의 것을 사모하게 하시고, 덧없이 흘러가는 세상 사는 동안에도 영원히 변함 없는 것을 붙잡게 하소서. 악은 모양이라도 버리고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가게 하소서. 매 순간 우리를 생명의 충만함으로 인도하시는 살아계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오타니 게이라는 일본 작가의 다도에 관한 글을 읽었습니다. 다도 모임은 대접하는 사람과 초대받은 손님이 대등한 위치를 갖는다는 점에서 보통의 티 타임과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동등함과 더불어 다도의 다른 한 가지 특징은 속세와의 분리입니다. 그래서 세속적인 이야기는 피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다도모임 에서 말하지 않는 다섯 가지를 소개합니다. 내 안의 신 | 종교 이야기입니다. 무심결에 혹은 의도적으로 타인의 종교를 부정적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종교에 대한 모독을 넘어, 그 상대의 근본을 무시하는 자세입니다. 이웃집 보물 | 돈 이야기입니다. 이웃의 보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차별대우하기 위함입니다. 사위와 장인 | 가족 이야기입니다. 할 말이 많은 주제입니다. 그러나 불평이 안나올 수 없습니다. 자연히 나쁜 분위기가 전해집니다. 천하를 다스리는 군대 | 정치 이야기입니다. 이 또한 한 사람을 구성하는 가치관에 해당됩니다. 자리와 대상을 민감하게 살펴야 합니다. 타인의 잘잘못 | 험담 이야기입니다. 소문은 거의 틀린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난도 자기 얼굴에 먹칠하는 꼴입니다. 우리교회 친교 시간에 앞서 말한 다도모임에서 피하는 다섯 가지 원칙을 대입해 봅니다. 종교 이야기는 공통 관심사고, 가족 이야기는 정답게 하고 있으며, 험담은 하지 않으니 두 가지(돈, 정치) 주제만 조심하면 되겠습니다. 돈과 정치 이야기를 안하면 더 좋겠지만, 친교와 다도모임은 다르니, 참고할 부분입니다. 다만, 그 정신은 참 도움될 것 같습니다. 첫째 속세와의 분리에 신경쓸 수 있는 주제, 둘째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상호간 대접한다는 마음가짐과 같은 원리 말입니다. 200일동안 희노애락을 함께 하고, 꽃과 나무 사진을 주고 받았습니다. 수많은 줌미팅과 온라인 예배 준비를 비룻한 수많은 일정가운데... 그리고 은퇴, 자녀관련 기도, 출산, 응급실, 수술 일정, 치료 일정, 치과 진료, 새로운 일자리, 졸업식, 자녀 결혼식, 여행, 병문안, 선교 등 우리 공동체 한 분 한 분의 수많은 사연들과 함께 하는 가운데 말씀과 기도로 인도하신 하나님께 영광 돌립니다.
우리 각자의 고백의 열매를 모아보니 인도하심과 사랑(이길자 정정욱), 찬미와 인내(홍지복), 감사와 아멘(최철훈, 강정례), 성찰과 삶의 열매(양은정 노용환), 동행과 믿음(박승희 박성옥), 꾸준함과 함께 함(이은미), 은혜와 평안(윤명희), 참여와 함께 이김(이현), 설렘과 영혼육의 소성(김양숙), 깨달음과 돌아봄(박현주 박영민) 등 수십가지 색깔의 은혜와 감사의 고백이 차고 넘칩니다. 귀한 공동체 여러분 모두를 하나님이 사용하셨고, 여호수아 군대와 같이 강하게 하신 줄로 믿습니다. 수도원 생활은 규칙과 자율로 이루어집니다. 그동안 규칙적으로 박자 맞춰서 긴 여정 걸어왔습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말씀과 기도의 결과가 어떤 열매로 맺힐지 저도 궁금합니다. 열매가 맺히려면 마음을 잘 다져야 합니다. 구체적인 꿈을 꾸고 목표 시일을 둬야 합니다. "언제까지 누구누구를 어떻게(영적으로, 물질적으로, 친절함으로...) 돕겠다." 그렇지만 자율이라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억지로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품는 마음을 주시라고 기도하십시오.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믿음의 순례자로 신비와 사랑 가운데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함께 해주시고, 많은 도움과 격려, 가르침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내년 1월에 다시 뵙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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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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