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이 사순의 시기, 하느님의 영이 우리 안에 거하심을, 우리는 그 분의 처소임을, 그리고 그 처소는 기도하는 집임을 다시 한 번 고백하게 하소서. 그간 우리는 몸과 영을 분리시키고 세속과 거룩의 두 세계를 살아왔습니다. 이제 40일의 영적 순례의 길을 나서며 그 오랜 습관의 끈을 끊습니다. 우리 삶이 기도로 다시 세워지도록 우리 삶이 온전히 주께 영광돌리도록 선하신 은총으로 우리를 이끄소서. 2천년 전 성전을 정화하시고, 또 지금 우리 인생을 정화하시는 살아계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지난 한 주간 싱글맘들에게 렌트비를 1년간 부분 지원하는 일을 위해서 복잡한 작업을 했습니다. 지원서를 보고, 조정하고, 비교 분석하면서, 각 사람들의 사연들을 살펴봤습니다.
어떤 분은 반지하에 살면서 물을 퍼내다가 넘어져서 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분은 언제 멈출지 모르는 심장 전기 자극 기계를 끼고 살아갑니다. 그래도 아이를 살려야 해서 네일 가게에서 일하다가 알러지로 더 고생합니다. 어떤 분은 아침에 나가서 두 시에 반드시 집에 와야 합니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허드렛일만 알아봅니다. 어떤 분은 아이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서 삶이 벼랑끝으로 몰렸습니다. 아이가 살아야 본인의 존재 이유가 있기에, 직장을 이틀로 줄이고 아이와 함께 있어주었습니다. 자연히 렌트비를 낼 수 없게 되는 처지에 몰렸습니다. 이 분들은 어쩌다가-그야말로 어쩌다가입니다.- 서류미비상태가 되어서 연방 정부로부터는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습니다. 교회도 한 집을 먹여 살릴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지난 겨울 십시일반 도와주신 마음이 모여서 세 가정에게 렌트비를 지 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서류 작업을 마치고 인터뷰까지 끝내고 나니, 저에게 몸살이 왔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들여다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이지만, 한 분이라도 더 절실한 분에게 도움이 돌아가야 하기에 보고 또 보다보니 몸이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한낱 지켜본 것으로 몸과 마음이 아파하는 제 자신을 보면서, 그 삶을 직면하여 살아내야 하는 그 분들은 얼마나 아플까 생각했습니다. 아무쪼록 이 귀한 사역에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 해주시는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이번 주 수요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들여다 보고 싶지 않은 예수님의 수난의 여정,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걷습니다. 힘들지라도 귀한 여정입니다. 이 또한 함께 해주시는 여러분들이 있어서, 어깨동무 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 떼어 봅니다. 은혜와 자비의 하느님,
오늘 우리 지구 반대편 튀르키예와 시리아 땅에서 애통하는 소리를 들어주소서. 붕괴된 건물 잔해에 갓 태어난 생명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많은 이들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간절한 소리를 들어주소서. 이 참혹한 생사의 갈림길에서 한 생명이라도 찾고자 주검이라도 거두고자 땀흘려 구조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도움의 온정을 보내는 손길이 있습니다. 손모아 기도하는 영혼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수고와 기도가 헛되지 않게 하시고 기적을 일으켜 주옵소서. 우리의 위로 되시며 희망의 원천되시는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작은 소망
이해인 / 수녀, 시인 내가 죽기 전 한 톨의 소금 같은 시를 써서 누군가의 마음을 하얗게 만들 수 있을까 한 톨의 시가 세상을 다 구원하진 못해도 사나운 눈길을 순하게 만드는 작은 기도는 될 수 있겠지 힘들 때 잠시 웃음을 찾는 작은 위로는 될 수 있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여 맛있는 소금 한 톨 찾는 중이네 세상의 소금이 되라는 예수님 말씀 꼭 부여잡은 간절한 이해인 수녀의 소망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정월대보름입니다. 교회 절기는 아니지만, 보름달이 환하게 뜬 오늘 둘러 앉은 교우들 서로가 건강을 빌고, 복을 나누며, 한 해 농사, 그러니까 사람 농사 그리고 사랑 농사, 그리고 삶 농사 잘 지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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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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