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우리들을 한없이 용서해 주시는 그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주님께 용서받은 것과 같이 남을 용서해야 마땅한데, 나에게 상처를 준 이를 용서하는 것이 어찌 그리 어려운지요. 겉으로는 용서한 듯 하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용서하지 못하였습니다. 성령님, 우리들의 마음 깊은 곳까지 만져주셔서, 그리스도의 자비로운 마음으로 변화시켜 주소서. 세상 사람들은 다른 이의 잘못을 비판하고, 원수를 미워합니다. 그러나 믿는 우리들은 세상의 이치를 따르지 않고 주님 말씀을 따라가길 원합니다. 다른 이를 비판하지 않고, 진정으로 용서하게 하소서. 원수를 사랑할 수 있도록 강팍한 우리 심령을 녹여주소서. 남에게 좋을 일을 먼저 해 주는 주님의 자녀 되게 하소서. 남에게 주는 일에 후하며, 되받을 생각조차 없는 순수한 혼이 되길 원합니다. 사랑이신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오늘 말씀과 연관해서, 게티 센터에 전시중인 네덜란드 작가 얀 브뤼헬의 산상수훈이라는 주보 표지 작품을 소개합니다. 네덜란드 미술사에 브뤼헬이라는 작가가 네 명 있는데, 모두 가족입니다. 모두 화풍도 같고 서로 모작도 많이 해서 전문가가 아니면 구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이 작가는 루벤스와 친구지간이면서, 그에게 영향을 끼친 얀 브뤼헬 Elder입니다.
그림이 아무래도 산상수훈이니까, 무엇보다도 예수님이 어디 계신지 먼저 찾아야겠지요. 그림의 기본 구도라고 할 수 있는 수직 수평 삼분할 구도의 좌측 하단부 중심에 계시는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나무 두 그루를 좌우 변으로 하면 중심에 위치합니다. 매우 핵심적이고 안정적인 구도입니다. 무엇보다 메시지의 시작이자 중심이 <가난한 너희들>이어서 그런지, 화가가 핵심을 잘 잡아낸 모습이지요. 모인 사람들은 제법 차려 입었는데, 이와 대조적으로 예수님의 굉장히 소박한 옷차림이 눈에 띕니다. 거기에 후광을 더해 소박함과 대조를 이룹니다. 자못 역설적이면서도 세상이 갖고 있지 않은 영원성이 깃들어 있는 모습으로 예수를 잘 표현했습니다. 예수의 후광, 즉 빛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가까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제 눈에는 화산의 분화구처럼 보입니다. 움푹 패인 부분은 밝게, 테두리는 어둡게 그려서 말씀과 치유를 사모하는 마음가짐의 깊이를 드러냅니다. 어두운 부분의 잘 차려입은 사람들보다는 환하고 알록달록하게 표현된 사람들을 잘 보십시오. 관심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집시는 손금을 봐주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어깨너머로 점괘를 궁금해 합니다. 상인은 프레즐 과자를 팔고 있고, 여기저기 삼삼오오로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습니다. 우측에 노랑색과 핑크색 드레스를 입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장하는 고관대작 부인도 보이시나요? 그럼, 우리는 지금 어디쯤 있을까요? 1945년 독일 유태인 수용소에서 다음과 같은
낙서가 발견되었습니다. 어느 무명의 한 유태인이 죽음을 앞두고 벽에 쓴 글이라고 합니다. I believe in the sun, even when it's not shining. 나는 태양이 비치지 않을 때에도 태양이 있는 것을 믿는다. I believe in love, even when I don't feel it. 나는 사랑을 느낄 수 없을 때에도 사랑이 있는 것을 믿는다. I believe in God, even when God is silent. 나는 하느님께서 침묵하실 때에도 하느님께서 살아 계심을 믿는다. 우리는 너무 호들갑을 떱니다. 하느님의 침묵에 못 견뎌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침묵은 절망이라고 단정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침묵이십니다. 하느님은 침묵 중에 계시지만 역사는 도도하게 흘러갑니다. 하느님이 돌리시는 역사의 맷돌은 비록 천천히 돌아가지만 정확하게 돌아갑니다. 하느님의 하시는 일은 지금은 보이지 않고 들을 수 없지만, 지나고 뒤돌아보면 세심하게 하나하나 섭리 가운데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도 세상은 부조리하고 혼란합니다. 정직하고 의로운 사람들이 고난을 받고 불의한 자들이 큰소리치고 활개를 치는 오늘이지만 하느님은 여전히 침묵 중에 계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믿습니다. 침묵 중에 섭리하시고, 침묵 중에 간섭하심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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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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