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말씀과 연관해서, 게티 센터에 전시중인 네덜란드 작가 얀 브뤼헬의 산상수훈이라는 주보 표지 작품을 소개합니다. 네덜란드 미술사에 브뤼헬이라는 작가가 네 명 있는데, 모두 가족입니다. 모두 화풍도 같고 서로 모작도 많이 해서 전문가가 아니면 구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이 작가는 루벤스와 친구지간이면서, 그에게 영향을 끼친 얀 브뤼헬 Elder입니다.
그림이 아무래도 산상수훈이니까, 무엇보다도 예수님이 어디 계신지 먼저 찾아야겠지요. 그림의 기본 구도라고 할 수 있는 수직 수평 삼분할 구도의 좌측 하단부 중심에 계시는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나무 두 그루를 좌우 변으로 하면 중심에 위치합니다. 매우 핵심적이고 안정적인 구도입니다. 무엇보다 메시지의 시작이자 중심이 <가난한 너희들>이어서 그런지, 화가가 핵심을 잘 잡아낸 모습이지요. 모인 사람들은 제법 차려 입었는데, 이와 대조적으로 예수님의 굉장히 소박한 옷차림이 눈에 띕니다. 거기에 후광을 더해 소박함과 대조를 이룹니다. 자못 역설적이면서도 세상이 갖고 있지 않은 영원성이 깃들어 있는 모습으로 예수를 잘 표현했습니다. 예수의 후광, 즉 빛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가까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제 눈에는 화산의 분화구처럼 보입니다. 움푹 패인 부분은 밝게, 테두리는 어둡게 그려서 말씀과 치유를 사모하는 마음가짐의 깊이를 드러냅니다. 어두운 부분의 잘 차려입은 사람들보다는 환하고 알록달록하게 표현된 사람들을 잘 보십시오. 관심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집시는 손금을 봐주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어깨너머로 점괘를 궁금해 합니다. 상인은 프레즐 과자를 팔고 있고, 여기저기 삼삼오오로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습니다. 우측에 노랑색과 핑크색 드레스를 입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장하는 고관대작 부인도 보이시나요? 그럼, 우리는 지금 어디쯤 있을까요? Comments are cl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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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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