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익숙히 알지만 잘 안되는 게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부활절이 한 주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순절은 제법 익숙해졌지만, 7주간의 부활절은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여전히 어색합니다.
사실 사순절과 대림절보다 더 오래된 절기가 바로 <기쁨의 50일>입니다. 부활의 메시지를 한 단어로 줄이자면 기쁨이기에, 금식과 회개, 그리고 무릎꿇고 기도하는 것을 금지했던 초대교회 전통이 있습니다. 규율과 방식은 시대를 따라 달라지지만, 의미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부활절은 한 주일만이 아니고, 50일동안 계속되는 교회의 가장 큰 기쁨의 잔치입니다. 특별히 이 기간에 진행되는 성찬은 추모 분위기가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과의 놀라운 만찬을 재현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교회 내적으로 지난 사순절까지 초신자의 세례교육에 힘써왔다면, 기쁨의 50일에는 신앙 성숙에 힘쓰게 됩니다. 함께 모여 성경을 공부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는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교회 외적으로는 마을잔치를 상상해 보십시오. 믿지 않는 동네 사람들까지도 왠지 모를 기쁨을 누리도록 사랑의 씨앗을 뿌리는 절기입니다. 물론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면 더욱 덕이 되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일상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훈련을 하는 절기입니다. 이해인 수녀의 시처럼, 사랑의 먼 길을 가려면 작은 기쁨들과 친해져야 하듯이 말입니다. Comments are cl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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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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