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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Pastoral Column

'몰라'의 즐거움

6/13/2021

 
저희 부부는 요즘 사랑에 빠졌습니다. 텃밭 가꾸기라는 새로운 놀이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일단 시작을 해놓고 보니 이건 취미생활이 아니라 농사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 교우님들이 미나리 고추 깻잎 나눌때는 거저 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직접 해보니 나눠줄만큼 하려면 우리같은 사람들은 사력을 다해도 될까말까 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진짜로 깨달은 것은 '모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부부간에 모르는 것은 서로 물어보는게 순리 아닙니까? 그런데 지난 한 달 내내 서로 물어봤지만 대답은 '몰라' 뿐입니다.

젠틀하게 '글쎄, 잘 모르겠는데? 한번 찾아 볼까?'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때가 좋았습니다. 그것도 한 두번이지, 세 번, 네 번, 열 번 물어봐도 모르는 것 투성이일때는 어떻게 젠틀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웃음만 날 뿐입니다.

우리 부부의 ‘몰라’라는 대답에는 보다 긴 문장이 숨어 있습니다. ‘나도 모르는 걸 뻔히 알면서 왜 계속 물어봐, 더이상 나에게 묻지 말아줘’라는 진짜 대답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게, 서로 모른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알아차린 지금 우리 부부는 ‘몰라’와도 사랑에 빠졌습니다. 이 말이 튀어 나올때마다 너무 재미있습니다.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세계가 있구나’ 하는 사실을 알게 된것이 알 수 없는 기쁨을 줍니다. 동반자 의식이랄까요?

그러다보니 쬐끔 아는 것도 ‘몰라’로 흡수가 되어버립니다. 서로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라도 괜시리 잘 모르는 것, 아주 모른다고 해 봅니다. 아는 척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 다음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그럼 우리 이렇게 해볼까?” 여러분, 사랑하기 딱 좋은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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