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을 보면 압력이 팽팽한 밥솥 안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디든 바이러스로 온통 꽉차 있는 듯 하여 답답합니다. 그 답답함이 쉽사리 끝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참에 세상을 향해 부드러움을 머금고 밥이 되기로 한 교회가 있는가 하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주문을 외우며 단단한 쌀로 끝까지 남고자 하는 교회도 있습니다.
지난 몇 개월간 힘들었을 이웃들을 생각해 봅니다. 실업급여와 구제금으로 연명한다는 이들이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 데이케어도 열지 않아 아이를 맡기고 일하러 갈 수 조차 없는 싱글맘과 싱글대디들, 그 중에서도 서류가 없는 우리 동포들의 처지에 공감하고, 연민의 마음을 모은 몇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도 참여하는 신나는 공동구매 협동조합이 그 마음을 모아 한인 한부모 가정을 위해 렌트비를 매달 5백불씩 1년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교우님들께 말씀드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후원금이 채워졌습니다. 하나같이 안면이 있는 후원자들입니다. 참으로 어렵게 사는 벗들, 평균보다 가난한 이들이 조금씩 힘을 모아 더 어려운 이웃을 돕습니다. 지원자를 모집하고 선정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서류미비자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이민자보호교회에 수혜자 선정을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에게 협동조합을 대신하여 사역 내용을 브리핑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상상도 못했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같은 조건으로 이민자 보호교회에서 두 가정을 추가로 돕겠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지극히 작은 불꽃같은 기도로 출발한 일이 두 주 만에 2만불에 달하는 사업이 되었습니다. 신나는 공동구매 협동조합의 주거공동체의 꿈은 사실 몽상에 가까웠습니다. 싱글맘들이 맘편히 관리비만 내고 살 수 있는 아파트를 구입하여 몇 가정이 서로 돕고 오손도손 살 수 있도록 물적, 인적 자원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김 팔아서 어느 세월에 그게 가능할지 묘연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이 그 꿈을 앞당겼습니다. 당장 급한 이들을 위해 기도하게 되었고, 작은 보리떡 다섯개 같은 펀드지만 십시일반 모으게 되었으니까요. 마감이 된 이후에도 모금이 초과되어 렌트비 보조 이외에 작은 선물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십여년 전 성경공부 하고자 모였던 별 볼일 없던 나그네들이 어느덧 조금씩 꿈을 펼쳐 나갑니다. 작은 발걸음, 작은 기도가 두 배, 세 배로 돌아오는 은혜를 경험합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수정: 지난 7월 10일 회의를 통해 한 가정을 추가로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되어 총 네 가정, 2만 4천불 프로젝트로 확대되었습니다. Comments are cl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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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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