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가운데는 미리 연습삼아 쓰셨든 실제로 쓰셨든 유언을 써보신 분들이 있으실겁니다. 아직 안 써보신 분들은 한 번 써보시면 좋겠습니다. 유언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물질적 유산이 있고, 영적 유언이 있습니다. 유산의 분배는 생각처럼 어렵지 않을겁니다. 좀 어렵다 싶으면 도와주는 변호사와 같은 전문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적 유언은 생각처럼 쉽지 않을겁니다. 인생을 통해 하나님께서 주신 깨달음을 단기간에, 단지 몇 줄로 정리한다는 것이 수십년의 역사를 살아온 장본인으로써 아쉬움을 남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을 바꿔보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유명한 사람일수록 유언이 짧습니다. ‘유명’이라는 것이 그만큼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졌다는 뜻이기 때문에, 반대로 그 본인도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봐서, 인간의 속성을 잘 알도록 돼 있습니다. 그들 유명인들은 사람들이 남의 말을 길게 기억하리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왔다가 가노라", 혹은 "나 물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노라" 이런 류의 말 한마디를 남기기도 합니다. 또 제가 좋아하는 버나드 쇼가 남긴 유언은 가장 잘 알려진 유언 중 하나입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지.. “.이렇게 말 한 마디로 자신의 생을 정리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칼 마르크스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마지막 말이란 충분히 얘기하지 못한 바보들이나 하는 거야." 살아 생전에 할 말을 장대하게 하고 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입니다. 어쩌면 바울이 이런 부류에 속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바울은 얼굴이 잘 생기고, 가문의 재력이 뒷받침 되며, 대중 앞에서 말을 잘하는 그런 류의 사람은 아니었을거라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합니다. 실제로 바울은 독신에, 지병도 갖고 있었고, 스스로 생계를 연명했으며, 때로 많은 교회 공동체에게 후원을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신약성서 스물 일곱 권 가운데 거의 절반 가까운 열 세 권이 바울의 편지라는데서 알 수 있듯이, 살아 생전에 그리스도의 사도로서 할 수 있는 말은 글로 전부 남겨 놓았습니다. 이렇게 바울이 편지로 남긴 유산이 있었기에 초기 기독교가 숱한 이단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바울의 유산이 목회적으로 집약된 디모데후서를 오늘부터 함께 나눌 때에, 그의 위대한 유산을 물려받을 영적 사도의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Comments are closed.
|
아카이브
4월 2023
카테고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