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을 하다보면 기대치 않은 결과를 얻을 때가 있습니다. 주로 저의 예상이 틀렸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인터넷이 없어서 온라인예배를 함께 드리지 못하는 분들께 송구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저에게 아내가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공했습니다.
바로 ‘CD를 만들어 나눠드리자’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CD를 듣는 사람이 어디 있냐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차에도 Player가 없어서 들을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이사야의 예언이 뇌리를 스칩니다.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며…” 많은 분들이 잘 듣고 계신다는 인사를 전해오셨습니다. “교회를 몇 달 못가다가, 목사님 찬송이랑 설교를 들으니 얼마나 가슴이 뻥 뚤리는지 몰라요, 하루에 몇 번씩 들어요. 고마워요” 라는 말씀을 얼마나 진심을 담아 하시는지, 주보 딜리버리 겸 심방을 하다가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훈훈해집니다. 오래 전에 다니시다가 작년 가을 다시 나오셔서 뭔가 서먹하고, 부끄러움 타시던 교우님이 계십니다. 스스로 말씀하시기 전까지 가족 이야기는 조심해야 하는 문화가 있기에 시간이 약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들어보는 경쾌한 목소리로 “목사님, 여기 좀 앉았다 가세요“ 이유인즉, 한 주간 얼마나 열심히 들었는지 자랑하시고 싶어서였습니다. 자연스레 투병하는 따님 이야기, 손주 이야기부터 이민 50년사를 털어 놓으시는데, 말씀을 듣는 내내 기도가 나왔습니다. 고마웠습니다. 40대 중반 젊은 목사라 이렇게 철부지가 없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바쁘게 적응하느라, 아날로그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지난 가을에 트로트 열풍이 불던 즈음에 한국에서 CD를 구해다가 여러 분들께 드린 기억이 났습니다. 아하! 힌트는 가까운데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빌미삼아 심방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우연히 많은 분들을 뵙고 돌아오는 주간에는 힘이 넘칩니다. 비록 멀리 떨어져서 인사하고, 큰 목소리로 기도해야 하더라도 지금까지 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이 환란의 시기에 나눌 수 있고, 연약함을 위해 직접 기도해 드리는 은혜가 팬데믹의 역설적인 감사입니다. 영국작가 아이작 윌튼은 “하나님이 거하시는 곳은 두 곳이다. 하나는 천국이요 다른 하나는 감사하는 심령이다”라고 말합니다. 언제든 감사할 기회와 요소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심령 가운데도 감사의 영이 충만히 임하여서, 거하시는 하나님을 뵙길 빕니다. Comments are cl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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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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