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봄의 일상은 유난히 다릅니다. 지구는 소생하고 있는 반면, 사람들은 고통받고 있습니다. 위에서 보시듯이, 고난 당하시고, 죽으신 예수의 매장 당시의 비통함을 바로크 화가 카라바조는 화폭에 잘 담아냈습니다. 미국의 화가 Marisa는 카라바조의 작품을 재해석하여 오늘의 비탄을 담았습니다. 감염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처지와,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 짓눌린 모두의 심리를 예수 그리스도와 대조하여 잘 표현한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기도가 절로 나옵니다. 그러나 괜시리 가슴이 시려집니다. 예수는 백인이어야만 했던 바로크 화가들처럼, 의료진의 성스러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저 그림의 주인공 또한 미국에서는 의료보험이 있는 백인일 확률이 높은 현실입니다. 보험이 없어서 박대당하는 소수계 이민자들, 아파도 숨기고 하루 벌어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서류미비자 스패니시들, 인구비율에 비해 기형적으로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는 흑인들은 저 재해석된 그림 안에 있을 자리가 없습니다. 병원에도 누울 자리가 없습니다. 미래학자 유발 하라리는 지금 이 시기 최대의 적은 분열(disunity)이라고 충고합니다. 피부색과 경제력으로 차별당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기도와 연대가 소중합니다. Comments are cl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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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3월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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