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재미있는 현상이 양국간에 나타납니다.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코로나 대처를 못하고 있는 나라인 미국에서는 정의로운 Black Lives Matter운동이 일어나고, 가장 잘하고 있는 나라로 꼽히는 한국에서는 마스크를 벗어제낀 시민들이 광화문에 모여 정부를 규탄합니다. BLM으로 인해 바이러스가 심각해졌다는 보도는 찾기 힘들었지만, 광화문 군중들을 통해서는 일파만파 코로나 확진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게 한 순간입니다. 그 중심에 예수와 동떨어진 한국 교회가 있습니다.
경희대 물리학과 김상욱 교수는 “중세 페스트의 비극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되풀이될 줄이야”라고 한탄하며 며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민들의 공감을 샀습니다. 페스트가 창궐하자 사람들은 교회에 모여 기도했고, 모인 사람들을 통해 병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이런 식으로 마을주민 전체가 며칠 만에 전멸하기도 했다. 물론 사람들은 모이면 안 된다는 것을 희생을 치르며 깨달아갔다. 하지만 교회는 페스트의 원인을 인간의 타락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참회하기 위한 속죄행진을 진행했다. 이런 행진이 있을 때마다 대규모로 희생자가 나왔지만, 속죄행진은 몇 백 년 동안 페스트가 창궐할 때마다 되풀이된다. "네 이웃을 감염시켜라". 누군가의 망상 속에서 주님의 음성처럼 들리는 악마의 속삭임입니다. 예수께서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셨고, 중세때야 몰랐다지만 지금은 모이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누군가는 꼭 광화문에만 서 있는 것은 아닙니다. 텍사스와 플로리다, 미시간에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내 주변에도 존재합니다. 유럽과 미국을 강타한 반지성주의가 어느새 한국으로 옮아갑니다. 잘 보십시오. 그 안에는 인간 소외가 있습니다. 인정투쟁입니다. 그들 안에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있습니다. 내 주변에 변화된 세상을 잘 따라오지 못한다고 구박받는 사람이 있나요? 컴퓨터나 스마트폰 좀 알려달라면 차근차근 가르쳐 주는 대신 후다닥 해결해 주고 만 적 있나요? 그 분들을 꼭 끌어안아 주세요. 물론 물리적인 거리는 지켜야겠지만요.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정혜신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상처에 기름을 붓고 싸매어 주는 시간을 보내면서 그 반대편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상심하고 분노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돌림'이나 '악마화'가 아니라,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드리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꼭 허그하지 않아도, 우리 맑은 눈과 귀로 꼭 안아드릴 수 있는 거지요. 혹시 나와 다른 이들을 혐오하고 있진 않습니까? 그들의 삶의 맥락과 여정을 보는 대신 무시하고 정죄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혐오로 이기는 역사는 혐오로 망합니다. 사랑이 이깁니다. Comments are closed.
|
아카이브
3월 2023
카테고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