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끼가 네 도끼냐’ 하는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도 잘 아실겁니다. 정직과 성실의 가치가 잘 담겨있지요.
저는 이 이야기들이 우리나라 전래동화인 줄 알았습니다. 외국 생활을 처음 할 때의 잇점이 어학 공부때문에 세계 각국의 친구들을 만난다는 점인데, 왠 나라마다 다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가 다 자기 나라 이야기라고 우기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런 유사한 경험이 쌓이면서 생각에 작은 소용돌이가 치기 시작합니다. ‘아, 내가 아는 세상이 다가 아니었구만.’ 하는 사실을 깨닫고, 정확한 정보를 사랑하는 습관이 생기면서, 천천히 시각이 교정되기 시작합니다. 사실 금도끼 은도끼의 원작은 이솝우화에 나오는 <헤르메스와 간사한 나무꾼>입니다. 인류의 생각이 꽃피던 시대의 이야기가 전 세계에 퍼졌을 뿐입니다.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가 출현하던 시대를 축의 시대라고 하는데, 일종의 종교가 탄생하고 철학이 시작된 시대라 해서 야스퍼스가 기원전 육백 년 전후를 <축의 시대>라고 명명했습니다. 바로 이 시대에 이솝 우화가 탄생했습니다.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던 이야기였는데 이걸 파고든 사람, 곧 요즘으로 치면 연구논문을 낸 사람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입니다.. 소크라테스도 사형 직전 죽기 전까지 읽은 책이 이솝 우화였다지요. 예수님도 이솝처럼 동물 이야기를 간혹 비유로 드셨습니다. 이솝 우화보다 한 번 더 꺾여 있고, 그만큼 더 심오한 통찰이 담겨 있는 비유들이지요. 이솝 우화에 가장 많이 나오는 동물은 여우가 아닐까 합니다. 우화의 독자들을 골탕먹이던 존재, 즉 사악하고 교활한 마음을 가진 경제적 신분적 포식자들이지요. 그러나 꼭 여우가 밖에 있는 다른 대상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안도 들여다 봐야죠. 사순절 둘째 주간을 맞이하는 오늘부터는 <내 마음 속 여우>를 찾아 떠나봅니다. Comments are cl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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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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