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예배가 재개되었습니다.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분들께 교회 문을 활짝 열어드릴 마음에 설레는 밤입니다. 한참 더울 때 계획하고는 노심초사했지만, 다행히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어느새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초초했지만, 그래도 봄날은 갔고, 여름도 지나갑니다. 상추랑 깻잎도 예년같진 않지만 그런대로 제 몫을 다 했답니다. 고추는 끝물입니다.
그 와중에,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의 산불이 무척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코로나로 엎친데 불까지 덮쳤습니다. 붉은색 사진들이 마치 화성같은 느낌을 줍니다. 우리 현실과 다른 초 현실인듯 보이나, 이것이 오늘 우리 삶의 자리입니다. 세상이 흉흉해도 나무들은 그 자리를 지키고 나이테를 키워가고 있었는데 그만 화마에 명을 다하고 있네요. 기후 변화를 위해 뭔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후 위기입니다. 그동안 교회들은 미온적으로, 혹은 신앙 양심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해 가며 조금씩 동의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진짜 뭔가 행동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 위기에 기후 위기가 겹치니 고통받는 제 3세계 아이들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여전히 아이들은 5초에 한 명씩 굶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마다 생산되는 음식은 전 세계 120억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고, 대부분 쓰레기가 되는 슬픈 현실앞에 우리는 오늘도 숟가락을 듭니다. 때론 미어지는 마음으로, 때론 무심코... 기아 위기를 위해서도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속히 행동하지 않으면 코로나로 인해 연말까지 2억명이 넘는 아이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고 유엔 세계 식량기구가 발표했습니다. 너무나 처절한 적자생존의 현실을 코로나가 들춰냈습니다. 민망합니다. 그런데, 남을 돕기는 커녕, 당장 생계가 극단적으로 어려워진 사람들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미국에서 말입니다. 지난 봄, 대규모 실직으로 인해 푸드 뱅크에 줄이 길어질때만 해도, 21세기 민주주의의 힘을 믿었습니다. 곧 해결 되겠지... 그런데 현실은 종업원들을 포함해서 기업 전체가 위기입니다. 기후 위기, 기아 위기, 기업 위기라는 세 가지 위기 앞에서 우리는 옷깃을 다시 여미고, 하나님 앞에 예배자로 섰습니다. 이런 위기 가운데, 다행히 우리는 생존해서 감사하다고 할 수 없는 현실 앞에 섰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차원의 고백이 예배를 통해 드러납니다. 6개월 만의 대면예배라는 반가움과 기쁨을 누린 귀한 예배자들을 보시며 ‘보시기에 좋았더라'하실 줄 믿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일꾼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아픔을 넘어, 우리 교우들의 아픔, 더 나아가 하나님의 아파하시는 역사의 현장으로 파송되길 소망합시다. Comments are cl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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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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