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물을 주며>
한 번 더, 여름이 시들어 가기 전에 우리는 정원을 보살펴야겠다. 꽃에 물을 주어야겠다. 꽃은 벌써 지쳐, 곧 시들어 버릴 것이다. 어쩌면 내일이라도. 한 번 더, 또 다시 이 세계가 미치광이가 되어 대포 소리 요란하게 울리기 전에 우리는 몇 가지 아름다운 것들을 즐기며 그들에게 노래를 불러 주어야겠다. - 헤르만 헷세의 <정원일의 즐거움> 중에서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우두커니 남아버린, 주인 없는 포인세티아 두 그루가 있었습니다. 교회 사무실에 두고 적당히 물을 주었습니다. 똑같이 물을 주었는데 한 그루는 싱싱하고, 한 그루는 말라갑니다. 작년에서야 흙과 씨름해 보기 시작한 저로썬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결국 뼈만 앙상하게 남은 포인세티아 한 그루를 아파트에 버리려고 차에 실었습니다. 그래도 남은 붉은 꽃잎 하나가 바람결에 바르르 떨더니, 차에서 내릴때까지 용케 붙어 있습니다. 차마 헤어질 수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지극 정성으로 보살핀지 사흘 쯤 되니 고목에서 순이 올라옵니다. 남들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눈꼽보다 작은 순이 제 눈에는 그렇게 커 보입니다. 지난 재의 수요일 오후의 기쁨입니다. 매일 자라는 모습이 경이롭습니다.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메마른 우리 영혼의 가지에 물 주시는 하나님께 기쁨이 되면 좋겠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건의 발자국 하나가 주님께 큰 기쁨이 됩니다. Comments are cl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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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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