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성서읽기의 막이 올려졌습니다. 5일차를 지나고 있는 지금, 참가자 15명 모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매일 정해진 분량을 ‘듣고-읽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일사분란하게, 그리고 줄줄이 아멘을 외치며, 완료했음을 드러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고맙습니다. 잘하셨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비록 온라인일지라도 품이 많이 듭니다. 지난 한 달간은 기반을 다졌습니다.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우리 형편에 맞게, 쉽게 다듬고 또 다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쯤 되면 하나의 조각 작품같고, 작가들의 말마따나, 자식같은 느낌으로 애지중지합니다. 그러는 사이, 의식의 흐름을 살핍니다. 새로운 것이 도래했을 때 기대와 환호는 군중들의 당연한 반응입니다. 그리스도교는 유대인들의 그러한 실패한 반응의 토대 위에 세워진 종교입니다. 열광보다는 침착하고,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이 어울리는 신앙의 공동체입니다. 그렇게 깨달은 두 가지 신학적 성찰을 나눕니다. 첫째는, 공동체가 나를 구원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아니, 공동체로 얼마나 효과를 보고 있는데요?"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환상은 금새 식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성숙해도, 내가 보고 싶은대로 상대를 보기 마련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항상 참 좋습니다. 끝까지 좋은 분은 성령님입니다. 사람을 보지 않고, 성령님의 이끄심을 기대합시다. 둘째는, 공동체는 거울이라는 점입니다. 공동체 성서읽기의 성공 확률은 개인 성서읽기에 비하면 비교할 수도 없이 높습니다. 경쟁이어서가 아니라, 벗이 있어서입니다. 벗은 여러분의 거울입니다. 거울은 남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나를 보기 위한 도구입니다. 우리를 비추시는 빛되시는 주님과, 그 빛에 비쳐지는 내 모습에 대한 성찰을 통해 깊은 영적 신비를 누리시길 소망합니다. 공동체로 모일 수 있다는 게 축복입니다. 매일 기분이 좋습니다. 더불어 이 두 가지를 기억하며 200일동안 말씀과 함께 하길 축원합니다! 댓글이 닫혔습니다.
|
아카이브
3월 2023
카테고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