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제 부친께서는 밥알을 백 번씩 씹어서 삼켜야 한다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물처럼 만들라고 아이가 알아듣게 설명을 곁들이셨습니다.
음식을 아주 잘게 자르다 보면 물에 가까워집니다. 기력이 없어서 죽도 못먹는 사람은 미음을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씹어도, 아무리 잘게 만들려고 해도 공기처럼 잘게 나눌 수는 없는 법입니다. 다시 말해 물 보다 부드러운게 바람입니다. 바람보다 부드러운 게 있다면 햇살이 있습니다. 공기 입자보다 태양의 입자가 훨씬 작습니다. 결국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근원적으로 이 태양이 주는 양분을 먹고 삽니다. 그러나 육의 양식보다 중요한 영의 양식이 되어주시는 존재가 있습니다. 이 존재는 햇살보다 더 미세합니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존재한다... 실재한다고 말해도 믿을 수 있는 사람있고, 없는 사람 따로 있습니다. 이 존재는 바로 우리 주님입니다. 존재의 근원되시는 주님께서, 어디에나 계시는 하느님께서 마치 햇살과도 같이 온 세상을 비추십니다.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사람이 있고, 그 밑으로 온갖 크고 작은 동식물들이 줄지어 있다면 그 가장 밑바닥에는 가장 작은 입자로 존재하는 햇살이 있습니다. 그 빛을 만드신 분이 하느님이십니다. 창조주이심과 동시에 햇살보다 더 근원적으로, 가장 낮은 곳으로 우리에게 와주신 분이 우리가 고백하는 성삼위 하느님이십니다. 예수께서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라고 스스로를 말씀하셨습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며, 또한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러한 영원한 존재가 오늘 요한의 세례로 기꺼이 죽음을 맞이합니다. 목숨은 스스로 버리는 자가 사는 법입니다. 존재의 근원자가 스스로 내어주심으로 영원에 이르는 모범을 선생님의 입장으로 우리에게 보이신 사건, 곧 ‘세례’입니다. 댓글이 닫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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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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