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주일 아침이면 늘 같은 시간에 찾아오는 친구가 있습니다. 미국교회의 스캇 목사입니다. 몇 주 전에는 에어컨 바람 새나갈까 문을 닫고 있었더니, 배려심이 깊어도 너무 깊은 스캇 목사가 문 앞에 섰다 돌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11시쯤 되면 틈이 살짝 보일정도로 조금 열어놓습니다.
지난 주일에는 용건을 갖고 왔습니다. 로드아일랜드 UCC 목회자 피크닉에 함께 가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일정은 알고 있었지만, 세미나나 워크샵이 아니어서 원래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가자는 길동무가 생기니 마음이 동했습니다. 흔쾌히 승락했습니다. 그랬더니 기쁜 얼굴로 도시락과 필기도구와 피크닉 체어를 가져와야 된다고 준비물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피크닉 당일, 목요일 아침에 스캇목사가 Warwick 아파트로 픽업을 왔습니다. Rehoboth MA에서 트래픽까지 걸려 한참을 내려왔습니다. 참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그래도 신나 보입니다. 같이 갈 친구가 생겨서 참 좋다는 겁니다. 저도 같은 이유로 좋았습니다. ‘아무리 신나는 피크닉도 길동무가 있느냐 없느냐로 출발하는 느낌이 다르구나’ 생각했습니다. 지난 몇 주는 인생의 길동무에 대해 숙고했습니다. 휴가 중 프린스턴에서 만났던 길동무와 지난 주일 시카고에서 찾아왔던 길동무, 그리고 가까이 뉴포트에 사는 길동무. 1994년 3월에 만났던 신학교 친구들을 28년 뒤에도 만나리라 생각도 못했는데 여전히 같은 길을 걷고 있어서 참 고마웠습니다. 만난지 몇 시간 지나니, 그때 그 시절 푸릇한 신학생으로 돌아간 느낌으로 장난도 칩니다. 친구들은 알고 나는 몰랐던 모습도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에서 잠시 빠져나와 ‘나는 누구였나’로 회상에 잠겨봅니다. 한 여름입니다. 밤이 깁니다. 생각하기 좋은 시간입니다. 여러분의 인생과 신앙 여정에 함께 걷는 길동무를 떠올려 보시렵니까? Comments are cl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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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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