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어느 산 속에서 샘물을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네 식구가 쭈그리고 앉아서 신기하게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어느새 다들 팔 걷어 붙이고 나뭇잎도 치워보고, 돌도 옮겨보고, 발도 담가보면서 한참을 샘과 함께 했습니다.
아내와 저는 그 샘이 어떻게 솟는 건지 머리로는 배웠지만, 그 구멍이 내 눈앞에 나타났을 때, 콸콸콸 솟아 나오는 물을 만져볼 때 그저 신비할 따름이지요. 그렇지만, 그 원리를 모르는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보다 훨씬 더 신기했을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은 사실 모든 게 신기합니다. 아기들을 보면 어떻습니까? 무조건 입으로 그 신기함을 맛보려고 하지요. 유년기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일단 덤벼듭니다. 뛰어듭니다. 손을 뻗어 봅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배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잘 모르니까 뜨거운 것, 뾰족한 것에도 손을 팍팍 대 봅니다. 신기한 건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사고뭉치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 호기심과 펄펄 넘치는 기운, 그리고 걱정 근심 두려움 없는 마음이 세상에 적잖은 기쁨을 가져다 줍니다. 아이들은 기쁨의 존재입니다. 존재만으로도 기쁨을 줍니다. 사진만 보내와도 기쁨을 줍니다. 아이들을 품에 안아보기만 해도, 위해서 기도만 잠시 해도 나도 모르게 차오르는 기쁨이 있습니다. 우리도 어렸을 때 누군가의 기쁨이었을 것입니다. 어린시절을 한 번 회상해 보면 어떻습니까? 대체로 춥고 배고픈 시절을 보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외적인 조건입니다. 그런 조건과 별개로 느꼈던 어떤 기쁨이 있었을 것입니다. 아침에 잘 자고 일어나고, 엄마가 차려준 밥 먹고, 오늘도 뭐하고 놀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 있던 시절, 아무 걱정 없던 시절, 누가 뭐라고만 안하면 오늘 바울 사도가 말하는 <항상 기뻐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동네 꼬마 녀석들과 만나서 코흘리고 다투고 넘어지고해도 늘 기운이 넘치고, 깔깔거리고 다녔던 시절이 우리에게 있었습니다. Comments are cl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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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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