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성 목요일과 성 금요일에 미국교회와 함께 드리는 연합 예배가 있었습니다. 갑작스레 모든 행사를 취소해야 했던 2020년부터 고난 주간 예배를 드리지 못했으니까, 2019년 이후 3년 만에 함께 예배할 수 있어서 은혜로웠습니다.
감사하게도 미국교회에서 전통보다 환대를 선택하여 시간을 30분 늦춰주었습니다. 덕분에 많은 분들이 참석할 수 있어서 풍성했던 주중 예배였습니다. 목요일 저녁, 세족식을 대신하여 손을 씻어주는 세수식을 할 때에는 제 온 몸이 떨렸습니다. 퀘이커 교도들이 성령의 임재를 경험할 때 몸을 떤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지요? 저마다 손의 크기와 모양, 온도와 느낌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악수할 때 느낄 수 없었던 섬세함, 그리고 경건함이 느껴졌습니다. 그간의 전통에서 경험하지 못한 순서는 라틴어로 테네브레라고 불리는 빛의 부재 의식이었습니다. 주께서 십자가에 달리사, 어둠이 내려앉았을 때를 기억하며 수난 사화를 읽고 촛불을 끄는 예식은 한국 교회 전통에서 본 적이 없는 거룩함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한국 교회를 대표하기 위해서 쉽지 않은 한국어로 연습하고 봉독하신 순서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금요일 낮과 저녁에는 뜻밖의 만남에 행복했습니다. 가깝지 않은 거리에 사시는 관계로 주중에 이틀이나 일정을 잡은게 송구하기도 해서 목요일만 강조를 했는데, 중직자 분들께서 낮과 저녁에 번갈아 자리를 채워주셨습니다. 덕분에 교회간 연합이 성사되었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은 부활절입니다. 진통을 이겨내고 마른 가지에 물을 끌어 올려 싹을 틔워내는 나무처럼 아프지만 피워내야 하는 우리 삶의 부활입니다. 지난 2년간 말라붙은 신앙이 있다면, 오늘 이 축복된 날을 통해 회복되는 역사가 있기를 손모아 기도합니다. Comments are closed.
|
아카이브
4월 2023
카테고리 |